
- 그 전엔 무엇을 했었나?
나의 아버지께서는 약제사이셨다.
산 속 작은 인간들의 마을, 조제실 한편에 놓인 낡은 작업대에서 약초를 빻고 약을 끓이며, 동시에 오래된 필사본에 적힌 약학의 비법들을 탐구하시던 분이셨다.
마을 인근에 깊은 동굴이 있어, 그곳에서 광석을 캐내는 광부들이 종종 근육통과 관절의 고통을 호소하며 찾아왔다. 아버지께서는 그들을 위해 특별히 조제한 약탕을 준비하곤 하셨는데, 그 효험이 뛰어나 멀리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다.
아버지께서 이토록 열정적으로 약학에 매달리시던 까닭은 다름 아닌 병약하신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오는 열병에 시달리셨다. 그 몸은 당연하다는 듯이 날로 쇠약해져만 갔다.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언제나 하얀 얼음주머니를 이마에 댄 채로 두터운 누비이불 속에 누워 계시던 모습뿐이었다.
아버지는 밤낮으로 어머니를 고칠 수 있는 영약을 찾기 위해 고서들을 뒤지고 새로운 조제법을 시험하셨다.
허나 노력이 무색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어머니의 병은 깊어만 갔다.
그리고 내가 14살이 되던 해.
아침이 밝았을 때, 침대에 사지가 묶여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곁에는 침대에 누워 계신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젯밤에 조용히 돌아가신 것으로 보였다.
묶여있는 곳은 조제실이었다. 조제실은 약초 대신 이상한 부적들과 피 묻은 양피지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한가운데 아버지와 모르는 인물이 서있었다.
잠시 후,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치료제를 연구하던 중 신체에 어떠한 손상도 남기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독약을 발견했다고 했다.
또 어머니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아버지는 여기 있는 수상한 마법사에게 그 독약의 제조법을 파는 대가로 강령술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나를 죽이고 어머니의 영혼을 명계에서 다시 불러내 나의 신체에 정착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마법 또한 약처럼 언제나 대가를 동반하는 종류의 것이다.
게다가 수상한 마법사는 그렇게 마법에 능통한 인물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주문을 외울 때마다 더듬거렸고, 의식 도구들을 다루는 솜씨 또한 서툴러 보였다. 아마도 정식 수련을 받지 못한 채 어둠의 길로 들어선 삼류 마법사에 불과했을 것이다.
이어 보랏빛의 의식술이 끝나고 아버지의 독약이 내 혀에 닿았을 때쯤에 산으로부터 보란 듯이 거대한 토석이 폭포처럼 쏟아져 지붕을 덮쳤다. 집이 무너지고, 조제실이 산산조각 났으며, 마을 전체가 흙과 돌에 파묻혔다. 그렇게 아버지와 삼류 마법사, 그리고 수많은 마을 사람들이 사망했다.
나는 운 좋게 산사태에서 살아남았지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집도 가족도 모두 땅에 묻혔으니까. ‘저주받은 아이’같은 수식언이 나를 뒤따른 것은 덤이었다. 아, 몸이 유령과도 같이 변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저주받은 것일까?
그래서인지 아무도 나를 보호하거나 거두려 하지 않았다.
다만 다행히었던 점은, 산사태로 인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교회는 상시적인 무덤지기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 일을 맡기로 했고, 교회로부터 숙식과 거처를 제공을 받을 수 있었다. 자비롭기도 하지!
——교회 묘지 한구석에 마련된 허름한 오두막이 내 거처가 되었다. 노숙자 신세를 면하게 해준 그 작은 공간에 나는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렇게 무덤지기로 3년을 일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다정한 아이'로 기억했다.
그럴 것이, 무너진 돌무덤을 일으켜 세우고, 바람에 떨어진 꽃을 주워 다시 꽂아주고, 비 내리는 날이면 흙이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두 손으로 다져주는 일을. 누구 하나 돌보지 않던 무덤들 앞에서 그녀만이 혼자서 묵묵히 해왔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다.- 길드에 들어오게 된 계기?
산사태 이후 3년이 지났다.
산사태는 마을만을 덮치지 않았다. 그것은 마을 근처의 깊은 동굴까지 덮쳐버렸는데, 그 동굴은 앞서 말했듯 마을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던 광산이었다. 은과 구리가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어 광부들이 매일 그곳에서 광석을 캐냈고, 그것이 마을 경제의 전부였는데.
그런 광산 입구가 상사태로 인해 완전히 매몰된 것이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흙과 돌이 갱도를 막아버렸다. 복구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데, 영주는 재건을 포기해버린 듯 했다.
따라서 수많은 사람들이 떠나갔다. 일자리를 잃은 광부들은 다른 광산이 있는 마을로 떠날 수밖에 없었고, 광부들이 떠나자 상점들도 문을 닫기 시작했으며, 그렇게 마을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버렸다.
그리고 여전히 그 누구도 그녀를 챙겨주지 않았다. 어느 날 교회 건물이 돌연 텅 비어 있었던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그녀는 떠나야 했다. 그녀 또한 떠난다면 필히 누구도 무덤을 돌보지 않을 것이었으나, 마을엔 무엇도 남지 않았으니 그녀는 떠나야만 했다.
새로운 삶을 찾아야만 했다. ——3년 동안 무덤만 바라본 버려진 것에게 과연 새로운 삶이란 게 있을까?
어쨌든 그녀는 정처 없이 발걸음을 옮겼고, 도착한 곳은 길드의 접수처였다.
- 궁극적 목표?
세상을 탐험하고, 지식을 늘리는 것.
가능하다면 더 이상 배곯지 않는 것.
- …그리고?
어머니, 우리 어머니.
추가 예정.